2010년 패션계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이란 화두를 몰고 다녔다. 패션브랜드와 스타 디자이너의 만남은 올해 절정을 이뤘다. 브랜드들은 눈에 불을 켜고 유명 디자이너를 찾아다녔고, 디자이너 또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반겼다. 소비자들은 “착한 가격에 디자이너의 감각을 걸칠 수 있다”는 매력에 푹 빠진 한 해였다.
◆패스트패션 ‘완판’ 행진
연초부터 서울 명동은 ‘니트의 여왕’이라 불리는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소니아 리키엘 때문에 시끌벅적했다. 스웨덴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이 2월 명동에 상륙하며 소니아 리키엘과 협업한 제품들을 앞세웠다. 예상대로 그의 니트 제품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H&M의 한국 론칭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H&M은 11월 다시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랑방과 손잡았다. ‘랑방 for H&M’은 또 한 번의 ‘대박’을 터뜨렸다. 랑방 협업 제품은 판매 첫날 품절 사태를 빚었다. 액세서리류가 1만9000원대·코트는 39만9000원대로, 기존의 랑방 컬렉션보다 저렴해 소비자들을 열광케 했다.
유니클로도 분주했다. 지난해 독일의 패션디자이너 질 샌더와 함께 작업한 ‘ J(플러스제이)’를 내놔 패션피플들을 가슴 설레게 한 유니클로는 올해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 J(플러스제이)’ 제품을 선보였다. 8만∼20만원대의 재킷과 코트가 특히 인기를 끌었는데, 더블 버튼 테일러드 코트와 여성 울 재킷류는 ‘완판’된 상태다. 유니클로 마케팅팀의 김태우 매니저는 “콜라보레이션은 기존 브랜드 이미지에 신선함과 다양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로,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패션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빈폴, 의류·가방 선보여
국내 브랜드로는 제일모직의 빈폴이 화제를 모았다. 랄프로렌·톰브라운의 계보를 잇는 미국의 패션디자이너 스콧 스턴버그가 진두지휘하는 ‘밴드 오브 아웃아이더즈’와 협업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체형을 커버해주는 ‘에그 셰이프’ 실루엣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빈폴은 국내 디자이너 정욱준과 함께 남성 가방라인인 ‘빈폴 바이 준지’를 선보였다. 판매 일주일 만에 매출 1억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는 중이다.
◆스포츠 브랜드도 활발
스포츠 브랜드에도 협업 바람은 거셌다. 리복은 8월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손잡았다. 협업 제품인 ‘펌프 빈티지 미드’ 운동화는 37만7000원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마니아층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푸마는 지난해 알렉산더 매퀸에 이어 올해 국내 패션디자이너 최범석과 만났다. 블랙·레드 등 원색 무늬로 물들인 운동화와 후드 집업에선 최씨 특유의 감성이 뿜어져 나온다. 이 중 후드 집업은 최근 드라마 ‘시크릿 가든’ 현빈의 트레이닝 패션에 힘입어 새롭게 주목받는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