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이 새고, 엔진은 시동이 안 걸리고……. 대한항공 비행기가 위험한 운항을 계속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잇따른 엔진 결함으로 항공조사당국의 특별점검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정비 결함으로 장시간 운항이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토해양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시카고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B747기는 320명의 승객을 태운 뒤 연료탱크에서 기름이 새는 것이 발견돼 운항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비행기 운항은 21시간 지연됐다. 지난달 18일에는 마드리드를 출발하려던 B777기가 갑자기 엔진에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승객 140여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우리나라에 있던 다른 대체 항공기가 마드리드까지 날아가는 바람에 승객들은 14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또한 4일에는 니가타에서 출발하는 B737기에서 부품 이상이 발견돼 6시간가량 지연 운항됐고, 5일에도 뉴욕발 비행기의 연료 계기판에 이상이 생겨 3시간 늦게 출발하기도 했다.

9월 이후 대한항공의 항공기 결함이 드러난 건 11건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3건)이나 저가항공사(1건)에 비해 훨씬 많다. 지금까지 대한항공이 세계 최고 수준의 운항률과 정시율을 앞세워 온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전문가들은 엔진에 이어 다른 부품에까지 결함이 발생한 이유로 대한항공 정비시스템의 부실을 지적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한항공의 정비 불량이 원인”이라며 “대한항공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해 우리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대한항공의 정비시스템에 대해 강도 높은 특별점검을 추가로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