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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유통일반

다문화 공간 ‘이태원’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이태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짝퉁 상점, 미군과 외국인들, 트렌디한 맛집, 클럽, 동성애의 메카…….

이태원으로 작업실을 옮긴 지 6개월이 돼 간다. 처음에는 이 동네가 달갑지 않았다. 외국인과 골목에서 마주치는 게 스산하고, 뒤섞인 이국의 냄새도 마뜩치 않았다. 하지만 선입견이자 기우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작업실은 이태원대로 안쪽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이사 온 지 며칠 만에 식당 아주머니, 슈퍼마켓 아저씨, 산책하며 살갑게 말을 건네는 할머니 그리고 트랜스젠더 이웃이 생겼다. 주변엔 흑인, 아랍인도 사는데 어느새 마주치면 ‘헬로’ 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그들은 미술가들이 거주하는 지역 한 귀퉁이를 차지한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무척 궁금해 한다. 서울에 꽤 오래 살아왔지만 이토록 동네 주민들의 정다운 인사와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도시 한가운데 인종, 문화, 성적 취향의 차이를 녹여내는 공간으로 자리잡은 이태원.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에 들어서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해방촌 주민들의 역사 깊은 속내가 전해져 오고, 먹고살기 위해 인터내셔널하게 변모한 주민들을 접하게 된다.

최근 이곳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소문이 들린다. 부동산 침체에도 땅값이 급상승하는 이태원의 모습이 언제까지 유지될진 알 수 없다. 자연발생적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 이태원이 무차별적인 도시 재개발의 대상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날이 오면 형형색색의 다문화 요람은 회색빛 이방인 지대로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박미례(32)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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