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대응 CO2 116g?’
직장인 최민희(29)씨는 베지밀을 마시다 종이팩 겉면에 이같이 적힌 초록색 마크에 눈길이 갔다. ‘설마 두유에 CO2가 들어 있다는 건가?’ 최씨는 궁금해졌다.
최씨가 본 녹색 마크는 ‘탄소 라벨’이다. 제품이 생산·유통돼 폐기되기까지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지 측정해 숫자로 표기한 일종의 탄소발자국인 셈이다.
최근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앞장선 제품을 알리는 ‘탄소성적표지제(탄소라벨)’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탄소 사용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패키지가 주목받고 있다.
제품 패키지는 생산과 유통,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패키지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로 ‘무균 종이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실온서 6개월 이상 장기 보관
무균 종이팩은 플라스틱 병과 비교해 최대 2배, 유리병보다는 최대 3배까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패키지로 손꼽힌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탄소발자국 인증제’를 시행한 유럽과 일본, 미국 등에서는 무균 종이팩이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무균 종이팩은 스웨덴의 무균 포장기술기업인 테트라팩(Tetra Pak)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현재 전 세계 약 170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화학 첨가제나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실온에서 평균 6개월 이상 장기 보관이 가능해, 냉장 보관이나 냉장 유통이 필요 없다. 그만큼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셈이다. 또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산림에서 생산되는 재생 가능한 종이로 만들고, 사용 후에는 고급 티슈 등으로 재활용되기 때문에 다른 패키지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음료·주류 등에 폭넓게 쓰여
굳이 냉장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테트라팩 무균 종이팩의 비밀은 ‘무균(Aseptic) 포장’ 기술에 있다. 천연펄프와 폴리에틸렌, 알루미늄 호일층 등 총 6겹을 압축해 만들기 때문에 내용물에 빛과 산소, 세균이 완벽히 차단된다. 실온에서 쉽게 변하는 두유, 우유, 주스 등이 수개월간 신선하게 보관될 수 있는 비결이다.
저탄소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무균 종이팩을 사용한 제품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두유와 우유·생수·스포츠 음료는 물론, 와인과 위스키·진·팩 소주·팩 막걸리 등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테트라팩 코리아의 이소영 이사는 “무균 종이팩은 친환경적인 장점과 음료 보관의 용이성 등으로 유리병과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포장재로 각광받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저탄소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무균 종이팩이 더욱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