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잇따라 제패하며 만년 우승 후보라는 이미지를 걷어냈다.
메이저대회만 나서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던 스페인이 세계 최강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화합이었다. 내전과 민족 분쟁으로 인해 대표팀 내에서도 여러 파벌이 으르렁댔던 스페인은 분쟁의 두 축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자 제 실력을 발휘했다. 월드컵 우승 후 스페인 정부는 이를 국가적 문제였던 민족 분쟁 해소의 상징으로 삼을 정도였다.
하지만 평화는 채 6개월도 가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격돌하는 엘 클라시코 더비가 그 평화를 깬 것이다. 30일 오전 벌어진 시즌 첫 엘 클라시코 더비 직전 무패가도의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에 승점 1점 차로 앞서며 리그 1위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캄누에서 벌어진 맞대결은 홈팀 바르셀로나의 완승이었다. 최악의 패배를 당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경기 막판 흥분하기 시작했다. 결국 종료 직전 레알 마드리드의 부주장이자 대표팀의 핵심 수비수인 세르히오 라모스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던 메시를 걷어찼다.
항의를 위해 바르셀로나 소속의 대표팀 동료들이 뛰어오자 라모스는 이성을 잃은 채 맞섰다.
푸욜의 얼굴을 손으로 가격했고, 피케에겐 욕설을 가했다. 모두 대표팀에서 황금 수비라인을 구축하던 친구였지만 극단적으로 갈린 승패 앞에선 동료애도 과거 완료형에 불과했다.
월드컵 이후 치른 경기에서 잇따라 패배를 당하며 우승에 너무 오래 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스페인 대표팀에게 이번 라모스의 행동은 더 큰 악재로 작용하게 됐다. 엘 클라시코에서의 앙금이 대표팀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면 스페인은 또 다시 분쟁이라는 내부의 적과 싸워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