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가지 않았다. 마케팅을 공부한 적도 없다. 하지만 친구들이 ‘대리’ 승진에 만족할 때 대기업 임원 부럽지 않게 몸값이 올랐다. 비결은 뚝심이었다. ‘나이키 운동화가 좋으니, 이 길로 나가자’ 그 마음 뿐이었다.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싫어진다”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두 청년이 있다. 현대백화점 나이키 매장의 강세훈(31·코엑스몰점)·강세영(29·신촌 유플렉스점) 매니저 형제(사진 오른쪽부터)다. 나이키 운동화 마니아였던 형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매장 판매직에 뛰어들어 수년 만에 ‘억’ 소리 나는 매출을 올리는 스타 매니저가 됐다. 두 형제가 ‘파란만장 성공기’를 들려줬다.
◆코엑스몰점 매출 1위 이끈 형
초등학생 때 나이키 조단 운동화를 보고 강렬한 느낌을 받았던 강세훈씨는 군대에서도 오로지 나이키 생각뿐이었다. 말년 휴가를 나와 면접을 보고 전역하는 날 바로 나이키 매장으로 첫 출근했다. 그렇게 판매직으로 들어가 10개월 만에 매니저로 승진했다. 그때가 24살이었다.
“아는 게, 할 수 있는 게 나이키 제품을 파는 일밖에 없었어요. 일한 만큼 대가가 분명하니 힘든 줄도 모르겠더라고요. 담배 피우는 시간도 아까워 담배까지 끊었을 정도로 신나게 일했죠.”
강씨는 현재 현대백화점 내 나이키 매장 중 매출 1위를 놓치지 않는 코엑스점을 이끌고 있다. 좋아하는 운동화도 300켤레나 수집하게 됐다.
◆실력 인정받은 동생은 신촌점
신촌 유플렉스 9층 나이키 전문관. 올 1월까지만 해도 이곳의 매출은 별 볼 일 없었다. 하지만 강세영씨가 매니저가 되면서 판도는 달라졌다. 다음 달 바로 매출이 껑충 뛰더니 지금은 형에 이어 매출 2위의 나이키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애물단지’ 매장을 명품관으로 탈바꿈시킨 동생 강씨에게선 자부심이 넘쳤다.
“처음에는 아디다스 매장에서 일했어요. 그때는 나름 ‘형이 나이키에서 성공했으니, 나는 아디다스에서 이름을 날려보자’는 마음이었죠. 하지만 형과 함께 일한 게 전환점이 됐어요. 직원·재고 관리부터 고객 응대까지 형한테 많은 걸 배웠으니까요.”
◆운동화 사랑 판매로 이어져
형제는 판매 직원이기 이전에 브랜드 골수 마니아다. 인터뷰를 하는 날에도 두 사람은 나이키 후드 점퍼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 형 강세훈씨는 돈보다는 브랜드가 좋아 일을 시작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귀걸이와 반지에도 나이키 로고를 새겨넣었다.
‘나이키 매니아’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형제는 누구보다 신제품 정보에 빠르다. 매장에선 일부러 이들을 찾아온 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동생 강세영씨는 “제품에 대해 꼼꼼히 공부하고 고객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형 강세훈씨는 특유의 넉살로 고객의 감성까지 자극한다. 손님의 특징을 재빨리 기억해뒀다 두 번째 방문 시 놓치지 않는다. “브랜드 제품 정보를 공유하면서 고객들과 하나가 되는 거죠. 제 결혼식 때도 하객의 절반 정도가 고객이었을 정도로 끈끈해요. 고맙고 또 고맙죠.”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야 성공
일자리 부족·청년 실업 등의 뉴스는 형제에겐 남의 일 같다. 젊음과 패기, 자신감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는 두 형제다.
“본인이 가장 잘하는 일, 자신 있는 일을 선택하세요. 돈 많이 번다고, 남들 보기에 좋다고 무작정 덤볐다가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결국 오래 못 가더라고요.” (형)
“겁먹지 말고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잡으세요. ‘내가 할 수 있을까?’ 물음표를 던지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시작할 때 힘든 건 무조건 참으세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다니까요.”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