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컴퓨터 모니터에서 커서가 깜빡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 얘기가 이상하게 들린다면 그건 아마 많은 사람들이 PC 운영체제(OS)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이들 대부분은 윈도에 너무 익숙해져 자신이 어떤 OS를 사용하고 있는지 인식조차 못할 정도다. 머지않아 손목시계형 컴퓨터 등 최첨단 컴퓨터들이 상용화될 예정이다. 과연 윈도는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머린 코르기아트(25)는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지불한다. 또 틈 날 때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친구들의 글을 확인하고, 컴퓨터로 텔레비전을 본다. 하루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지 않는 날이 없다.
코르기아트는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도 집에 사무실을 마련해 컴퓨터를 사용했다면서 아버지 사무실에서 컴퓨터가 하루도 꺼진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는 MS 윈도와 코르기아트가 ‘동갑’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1985년 11월 20일 윈도 1.0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컴퓨터는 그 이전에도 물론 존재했지만 그래픽에 기반을 둔 시스템 체제가 아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컴퓨터 역사박물관에서 근무하는 대그 스파이서는 “MS가 애플사를 통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graphical user interface)를 적용하기 전에 사람들은 컴퓨터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야 했다”고 말했다. 스파이서는 이어 “사람들이 컴퓨터를 원하는 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 명령어들을 모두 익혀야 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컴퓨터는 이런 언어에 능숙한 전문가나 일부 마니아층의 소유물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윈도가 등장하고 운영 체제 안에 워드 프로세서, 계산기 등이 포함되면서 상황은 달라지지 시작했다.
브래드 마이어스 카네기 멜론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애플과 제록스는 MS가 선보인 것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MS가 이런 능력을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대중화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윈도 1.0은 출시하자마자 기업체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나 윈도 3.0이 출시된 이후 비로소 운영 체제에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됐다. MS는 이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였고 현재 전 세계 OS 시장의 91%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MS는 독점과도 같았던 이 시장을 모바일 OS에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학 분야의 싱크탱크인 ‘패스트퓨처’의 최고경영자인 로히트 탈와는 “10년 뒤 우리는 지금과 같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작은 전자기기 하나를 들고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현재 컴퓨터로 하는 모든 일, 아니 그 이상의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와는 10년 후에는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글을 쓸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는 “컴퓨터가 받아쓰도록 어떤 내용을 말하면 컴퓨터에 입력된 내용이 그 즉시 오디오 메시지로 전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길을 걸어가는데 건너편에서 오는 사람의 의상이 맘에 들 경우 그 자리에서 컴퓨터로 상대방 의상의 구매처와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트로인터내셔널 엘리자베스 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