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에 개성이 묻어나듯이, 자연도 마찬가지예요. 손대지 않은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거든요.”
야생의 꽃을 가져다 다양한 표정을 불어넣는 사람이 있다. 바로 ‘플로리스트’다. 최근 프렌치 스타일의 대표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33)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뮐러는 플라워 아트의 ‘오트쿠튀르(고급 맞춤) 크리에이터’로 유명하다.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스타일의 절정을 보여주는 마리 앙투와네트 시대의 플라워 디자인 콘셉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유롭고 감성적인 프렌치 플라워 스타일은 꽃 자체가 가진 고유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내는 게 특징이에요. 자연주의·친환경주의와도 잘 맞는 디자인이죠. 자연 소재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자연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고요.”
숲이 많은 파리 근교에서 자란 뮐러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꽃과 친해졌다. 덕분에 16세부터 베르사유 궁전 인근의 플라워 부티크에서 플로리스트 활동을 시작, 17년 째 묵묵히 이 길을 걷고 있다.
‘자연스러움’을 최고로 꼽는 그는 인공적인 액세서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꽃을 묶을 때도 철사나 노끈 대신 아이비 넝쿨을 쓰고, 나뭇가지에서 억지로 잎사귀를 떼지도 않는다.
“인위적인 깔끔함보다는 자연스러운 투박함을 좋아해요. 작품 소재로도 줄기, 나뭇잎 등 생명이 느껴지는 걸 선호하고요.”
빌딩 숲에 사는 현대인들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뮐러에게 플로리스트들은 도시인들에게 자연을 선물해 주는 사람이다. 그는 정형화된 작품을 피하기 위해 사진이나 잡지도 잘 보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숲을 걷거나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쓰일 부케를 만든 적이 있어요. 손바닥 모양의 볼 위에 꽃을 둥글게 얹어 월드컵 트로피처럼 만들었는데, 미스코리아에 당선되면 세상이 정말 내 손 안에 있는 것 같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죠.”
그는 예쁜 꽃을 하루 종일 다루지만,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고 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힘들어요. 강인한 체력과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을 갖춰야 해요. 유럽과 미국의 플로리스트들은 대부분 남자인데 그 이유도 체력 때문이죠.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꽃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창의적이고 색다르게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그는 플라워 디자이너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직접 플라워스쿨을 운영하고, 국내에선 까사스쿨을 통해 프랑스 본교와 동일한 커리큘럼을 진행 중이다.
“학생들의 열정에 깜짝깜짝 놀라요. 한국 학생들이 꽤 적극적이거든요. 강단 앞에서 시연을 하고 있으면 질문도 많이 하고 사진도 많이 찍어요. 실력도 기대 이상이고요.”
그는 연말을 앞두고 간단한 꽃장식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법도 귀띔했다.
“꼭 크리스마스 트리를 고집하지 마세요. 그냥 나무 화분에 반짝이는 볼 장식만 몇 개 걸어도 분위기가 근사해지죠. 아니면 큰 화병에 백합을 꽂아보세요. 줄기를 일부러 자를 필요는 없어요. 길게 늘어뜨리면 그 자체로도 멋스러우니깐요.”
/사진제공:까사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