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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유통일반

‘철’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정광진(37) KPR 차장

다 큰 어른이 “철 좀 들어라”라는 말을 듣는 것만큼 큰 모욕은 없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철’은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사리를 분별할 수 없으니 철없는 인간, 즉 철부지(철不知)는 참으로 딱하고 가엾다.

그런데 이 ‘철’이라는 게 우리 사회에서는 참 이상하게 쓰인다. 사회가 나아지기 바라 목소리를 내면 취업 걱정 안 하는 철없는 대학생이 된다. 알맞은 나이(그 기준이 참으로 애매모호하지만)에 결혼을 안(못)하면 철없는 미혼남녀가 된다.

또 상대를 살짝 즈려 밟지 못하고 줄타기를 못하면 철없는 직장인이 된다. 애들 학원 3∼4개쯤 안 보내면 철없는 부모가 된다. 나이 먹고 연애하면 철없는 늙은이가 된다. 좀 더 심하면 ‘주책 없다’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자주 입에 오르는 철은 사리분별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이 철이 들어 있다. 뭐를 좋아하는지, 뭐가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어른 말 꼬박꼬박 잘 듣는 철 든 아이들, 뭐를 하고 있는지, 뭐가 옳은지도 모르고 조용조용 살아가는 철 든 어른들이 사방에 넘쳐난다.

철 들지 않은 인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기발한 상상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짓도 저지르고, 무모한 도전도 벌이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상식이라는 이름도 뒤집는 그런 인간들 말이다.

그럼, 세상이 좀 더 명랑하고 맛깔스럽지 않을까? 그런데 어디서 이런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철딱서니가 없으니 그런 생각이나 하지, 그런 생각 하려거든 얼른 발 닦고 잠이나 자!” 철 들지 않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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