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북구 신안모아타운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아파트에선 해마다 음식물쓰레기가 크게 늘고 있는데 유독 이 아파트에서만 하락곡선이 그려지고 있어서다. 2007년 6월 5000t이 훌쩍 넘던 음식물쓰레기 양이 올해 6월엔 4400t 정도로 확 줄었다. 비결은 ‘녹색 청소부’인 지렁이 덕분이다.
◆가정 발생량 중 60% 처리
이 아파트는 2007년부터 광주전남녹색연합이 추진 중인 ‘공동주택 지렁이 사육동을 활용한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 처음엔 전체 180가구 중 20가구가 함께했지만 이젠 절반 가까운 75가구가 동참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북구에서 현재 16개 아파트 단지 391가구가 지렁이를 활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그린 라이프’에 함께 하는 중이다.
성과는 컸다. 모든 세대가 참여한 건 아닌데도 음식물쓰레기가 대폭 줄었다. 2008년 기준 북구 공동주택의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6.1% 증가했음에도 지렁이 음식물 감량 참여 주택은 5.9%가 감소해 결과적으로 전체 증가율에 비해 12%나 줄어드는 효과를 냈다.
지렁이 사육장은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가정별로 자체 사육상자을 두거나 사육장을 만들어 공동 관리하는 경우다. 아무래도 가정별 처리방식의 효과가 좋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지난 9월 한 달 동안 가정 내 사육상자를 둔 15가구를 별도로 조사했더니 전체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의 최대 98.7%에서 최소 41.8%까지 평균 60% 정도를 지렁이가 분해·처리했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물쓰레기를 지렁이가 처리하는 건 아니다. 염분이 있거나 간이 밴 음식물과 질기고 딱딱한 음식은 처리가 어렵다. 삶지 않은 콩나물과 생감자·생고구마는 싹이 터서 곤란하고, 김치·깍두기도 안 된다. 그럼에도 지렁이를 활용한 음식물쓰레기 처리 가능량은 평균 57.5%에 달했다. 가정별 식생활에 따라 달라 45가구의 조사대상 가구 중 50∼70%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두 번째로 많은 13가구는 70∼90%를 처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녹색청소부’와의 만남으로 음식물쓰레기만 줄여든 게 아니다. 지렁이 음식물 감량에 참여한 가족의 식습관과 소비패턴이 바뀌었다. 음식물을 되도록 적게 구입하고 지렁이가 처리 가능한 채식 위주로 식단을 꾸리면서 가족 건강도 좋아졌다. 아이들의 환경교육에도 도움이 됐다.
◆“주택별 다양한 시도 필요”
물론 음식물쓰레기가 한번에 많이 발생하면 당장 처리가 불가능한 분량은 냉장·냉동 보관해야 한다. 음식물쓰레기를 지렁이가 분해할 수 있도록 잘게 자르는 것도 번거롭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에도 해마다 참여 가구는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애당초 음식물쓰레기를 줄여야겠다는 의식이 자리잡았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정책팀장은 “광주 북구에선 지역 시민단체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큰 감량 성과를 거뒀다”며 “이후 공동주택별 상황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시도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