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언니처럼 최소 8골은 넣고 세계에 ‘여민지’가 누구인지 보여주겠다”던 ‘작은 소녀’ 여민지가 자신의 포부를 그대로 실현했다.
여민지는 26일 끝난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컵과 함께 득점왕(골든부트)과 최우수선수상(골든볼)까지 품에 안으며 세계 여자 축구의 지존으로 우뚝 섰다.
여민지는 남아공과 1차전에 교체 출전해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더니 멕시코와 2차전부터는 선발로 나와 2골이나 뽑아냈다.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는 4골을 몰아쳐 한국 선수로 FIFA대회 한 경기 최다골 신기록을 작성했다.
22일 스페인과 준결승에서도 분위기를 반전시킨 천금 같은 동점골과 역전 결승골까지 도우며 한국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무릎 부상으로 몸 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거둔 ‘트리플 크라운’이라 의미가 더 깊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여민지는 중학생 시절부터 좋지 않았던 오른쪽 무릎 십자 인대를 또다시 다치는 큰 부상으로 U-17 월드컵을 앞둔 전지훈련과 평가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자칫 참가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여민지는 특유의 집중력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재활에 매달렸고, 당초 예상 회복 기간을 크게 단축해 의료진 등 주변을 놀라게 했다.
지난달 31일 캐나다와 평가전에서야 처음 필드를 밟은 그는 조바심 내지 않고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결국 이번 월드컵에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축구팬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깊이 새겼다.
여민지는 일본과 결승전 뒤 “저보다는 동료들이 잘해줘서 큰 상을 받았다”며 “오늘 경기 중 무릎이 많이 아팠지만 꾹 참고 뛰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월드컵에서 느꼈던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해서 더 큰 선수가 되고 싶다”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세계에 더 알리고,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