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400조원대 퇴직연금 시장의 '머니무브'가 예고됐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은행권에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권사로의 이동이 기대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도가 시행되면서 증권사들이 수혜를 기대하며 연금유치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IRP·DC)계좌를 타 금융사로 이동할 시 현금화, 중도해지 페널티 등의 리스크가 존재해 투자자들이 쉽사리 퇴직연금 거래 금융사를 변경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실물이전제도 시행으로 인해 퇴직연금 사업자를 변경할 때 가입자의 요청에 따라 기존에 운용 중인 금융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이전 받을 계좌로 실물 그대로 옮길 수 있다. 은행에서 증권, 증권에서 은행 등 퇴직연금 이사가 손쉬워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금융권 전체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약 400조878억원이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약 210조원은 은행이 운용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은행(4.87%)보다 증권사(7.11%)가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에 증권업계는 고수익과 투자 전문서비스를 내세우며 초대형 '머니무브'의 기폭제로 삼겠다는 태세다.
조미옥 삼성증권 연금마케팅팀 팀장은 "은행, 보험사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시 지연매매 또는 종가매매 등 시차를 둔 방식으로 매매가 진행되는 반면, 증권사는 ETF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라인업 측면에서도 증권사는 대부분의 ETF를 라인업하고 있어 선택할 수 있는 ETF 수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적립금 1위 '미래에셋증권'...맞춤형 상품 매칭 부각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약 17조5000억원으로 증권사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통합연금포털 기준 올해 3분기 개인형퇴직연금(IRP)·확정기여형(DC)의 1년 가중평균수익률도 적립금 상위 10개사 중 각각 1위를 차지했다. 가중평균수익률이란 원리금보장, 비원리금보장 수익률을 가입자들의 적립금에 해당 비중을 곱한 수익률이며 IRP는 9.85%, DC에서는 9.96%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금투자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들을 위해 MP(미래에셋포트폴리오) 구독,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포트폴리오 서비스의 전체 잔고는 9월 말 기준 2조60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우수한 연금상품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적배당상품을 가입자들의 성향에 맞게 매칭해 제시하고 있다"며 "더불어 세무, 노무, 계리 등 영역별 다수의 전문가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연금조직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전담 조직 규모는 263명으로 본사 연금 지원조직 175명, 본사 연금 영업조직 8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한국투자증권, 'ETF 적립식 자동투자'최초 도입
퇴직연금 적립액 14조5000억원(증권사 중 2위)을 기록중인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업권 최초로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도입했다. ETF 시장은 올해 150조원을 넘기면서 투자자들의 높은 선호를 방증했다. 적립식으로 자동 투자할 때, 위험을 분산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퇴직연금 운용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는 정해진 기간마다 정해진 금액을 자동 투자하면서 시장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며 유망 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업권 최초로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도입하고, 인터넷은행 3사와 협업해 간편하게 IRP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연금투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서비스를 지속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퇴직연금계좌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AI 일임형 랩 서비스 추천 서비스를 도입해 연금 투자 편의와 수익률을 높여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증권, 반년 만에 적립금 30% 불어...선두 맹추격
삼성증권은 올해 3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14조1000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말 대비 29.2% 증가했다. 퇴직연금 최초로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가 무료인 '다이렉트 IRP'를 출시해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의 새로운 방식을 선보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가입 서류 작성 및 발송이 필요 없는 '3분 연금' 서비스(개인정보 제공 및 약관 등 동의시간 제외)와 '연금 S톡' 서비스를 제공해 가입자들의 편의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현재는 업계 최초로 연금센터에 프라이빗뱅커(PB) 경력 평균 10년 이상의 숙련된 인력을 배치해 전문화된 연금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연금 인력 배치는 연금본부 총괄 아래 '삼성증권 연금센터'를 두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삼성증권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자 펀드, ETF 등의 상품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 이와 더불어 채권에서도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 상품 라인업을 구성 중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향후 금리 인하 전망으로 인해 고금리 채권에 대한 니즈가 강하게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퇴직연금 모바일 채권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채권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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